[더페어 프리즘] 휠라, 美 ADA 관련 소송 휘말려 합의금 지불...한인 상대 표적소송 의혹

차별받지 않는 디지털 환경 조성 위한 WCAG 최근 현지 로펌에 의해 기획고소로 악용돼 LA한인사회서도 ADA 관련 소송 사건 발생

2023-11-10     노만영 기자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더페어] 노만영 기자=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을 악용한 기획고소의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에 대한 ADA 위반 소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 민권국(U.S. Department of Justice Civil Rights Division)은 디지털 환경에서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생활을 영유할 수 있도록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WCAG)을 1999년 최초로 수립,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지난해 10월 'WCAG 2.2'를 공포했다.

'WCAG 2.2'는 텍스트와 배경 사이 확실한 색상 대비, 이미지를 설명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 영상 콘텐츠의 자막 제공 등 시청각 장애인들의 웹 사용 환경 구축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미 법무부의 지침에도 디지털 환경의 장벽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 법무부 / 사진=AP통신, 연합뉴스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는 가운데 장애인들은 여전히 복잡한 온라인몰의 메뉴 구성과 이미지에 대한 부연 설명 부족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기 사용자들이 온라인몰을 상대로 WCAG 위반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0년 한국 진출 이래 토착화된 미국 피자 프랜차이즈 도미노피자는 지난 2016년 WCAG를 지키지 않아 ADA 위반 소송을 당했다.

미국 피자 프랜차이즈 도미노피자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시각장애인 기예르모 로블레스(Guillermo Robles)씨는 도미노피자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서 스크린리더를 통해 피자 주문이 불가능하다며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법정공방은 3년 간 이어졌고 결국 연방대법원은 로블레스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의류브랜드 휠라가 ADA 위반 건으로 시각장애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복잡한 메뉴 구성과 이미지에 대한 설명 부족으로 제품에 대한 식별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문제가 제기되자 휠라는 원고 측과 원만한 합의에 도달했으나, 이 과정에서 막대한 합의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휠라 홀딩스 그룹

미국의 경우 직접적인 손실에 대한 배상 청구와 별개로 문제가 되는 행위가 사회 규범에 저촉될 때 형벌적인 성격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로펌을 중심으로 이를 악용해 기업들로부터 합의금을 뜯어내는 사례들이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로펌들은 수백 곳의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ADA 미준수에 대한 소송 협박과 이를 무마할 합의금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LA에서 도매 의류업체를 운영 중인 한인이 ADA 위반으로 소송을 당한 뒤 원고로부터 수천 달러의 합의금 제의를 받은 일이 한인사회에 알려지기도 했다.

해당 의류 업체의 웹사이트는 도매 의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었으나 원고는 의류 사업자가 아닌 일반 개인이었으며, 지난해부터 80건에 육박하는 소송을 제기해왔다.

LA한인타운 / 사진=연합뉴스

현지 법률 시스템에 익숙치 않은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소환장을 받은 한인은 심리적으로 큰 불안감을 느꼈고, 원고의 합의 의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수자 보호를 위해 재정된 ADA가 오히려 미국 내 한인들의 표적소송으로 악용되면서 현지에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ADA 관련 소송 건의 약 85%는 전자상거래와 관련되어 있으며, 전체 소송의 77%가 수익 2천500만 달러 미만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