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회사는 빚에 허덕이는데 임직원은 외유출장… 해결책은 '요금인상'
산업부, 가스공사 임직원 외유성 출장에 '기관 경고·주의' 처분 전임 사장 1박 260만 원 황제 숙박, 직원 출장비 부당수령 등 논란 채무 52조에 요금인상 불가피하다더니 임직원은 성과급 잔치
[더페어] 이용훈 기자=13조 원이 넘는 미수금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임직원의 외유성 출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경고 및 주의 처분을 받아 공기업 방만 경영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산업부는 지난 7월 진행한 감사 결과 임직원이 불필요한 출장을 다녀온 건으로 '기관 경고 및 주의' 등 처분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가스공사 상임감사 A씨는 직원 7명과 다섯 차례에 걸쳐 9개국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던 시기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예산운용지침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출장이나 행사가 아니면 최대한 자제하도록 요구됐다.
뿐만 아니라 가스공사의 규정도 국외출장은 사전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들은 사전심사를 받지 않고 출장길에 올랐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특정업무 수행을 위한 건인 만큼 사전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산업부는 "참관·현지시찰 등의 일정이 포함된 출장인 만큼 사전 심사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24일 산업부는 최종적으로 국외출장 사전심의 미실시 건에 대해서는 '기관주의'를, 불요불급한 출장 실시에 대해서는 '기관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한국가스공사의 출장과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은 재직 기간이었던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으로 3박5일 출장을 다녀오면서 회삿돈으로 1박에 260만 원짜리 호텔 스위트룸에서 묵은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채 전 사장은 재임기간 총 74일을 해외에서 묵으며 하루 평균 숙박비로 87만 원을 썼다. 감사원은 이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지만 채희봉 전 사장은 끝내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해외법인 직원의 출장비 허위 청구가 도마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21년에는 당시 두바이 법인 직원 2명이 허위로 출장보고를 올린 뒤 약 280만 원을 부당 수령했다. 이들은 출장 승인 후 가족과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자택에 체류했던 것이 적발돼 각각 파면, 해임 조치됐다.
이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출장에 대해 필요성과 타당성, 적절성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심의하는 사전심사 절차를 철저히 거쳐, 업무연관성이 높은 출장에 대해서만 승인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0년 28조2천억 원이던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기준 52조 원까지 불었다. 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난 등으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지난해 수 차례 요금을 올렸지만, 정작 임원들은 전년보다 평균 30% 오른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 역시 전체 공공기관 평균 연봉 증가 폭인 1.4% 를 크게 웃도는 6.6% 가 인상된 연봉을 받아 재정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이번 임직원의 외유성 출장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 결과로 한국가스공사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더욱 따가워졌다. 또한 최연혜 사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했던 '추가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발언도 힘을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