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한가] 삼성의 2대 실패, 이건희 자동차·이재용 HBM반도체
[더페어] 백상일 기자 = 삼성은 국내 제1의 기업이다. 삼성이 진입한 분야에서 1위 기업은 대부분 삼성이다.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정상에서 군림했지만 삼성에게도 뼈아픈 실패는 존재한다.
첫 번째를 꼽는다면 故 이건희 회장 시절 자동차산업에 진출했다가 사업을 철수한 일일 것이다.
삼성그룹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994년 12월 승용차 사업 허가를 받고 이듬해 3월 삼성자동차를 출범했다. 첫 양산모델은 SM5로 1998년 3월 출시됐다. 그러나 첫 양산 모델 출시 전에 터진 1997년 외환위기를 삼성도 피하지는 못했다.
삼성자동차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완성차 업체들이 대부분 위기를 맞았다. 당시 현대자동차만 살아남았다.
이후 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르노에 매각되면서 르노삼성자동차로 이름을 바꿨다. 2020년 르노삼성의 삼성 브랜드 사용권이 만료됐지만 계약은 연장되지 않았고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2년 초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자동차산업에서 삼성은 사라졌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2024년 사명을 한 차례 더 변경하면서 현재는 르노코리아다.
삼성자동차의 실패는 외환위기와 정부의 구조조정 압력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있었지만 뼈아픈 실패임에는 틀림없다.
자동차 분야는 실패했지만 모바일과, 반도체 부분 등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며 1위 기업의 면모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 시대에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최초로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수요가 거의 없는 제품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는 분야였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개발을 이어나갔다.
삼성전자도 HBM을 개발해 왔으나 2019년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일시 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HBM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 상황은 역전됐다. 미운오리새끼였던 HBM이 백조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예상 4조~5조원에 한참 못미치는 실적이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7조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와 3조원 이상의 격차를 벌인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에 못미치는 실적을 냈다.
업계는 현재 삼성전자의 HBM기술력은 SK하이닉스보다 1년 가량 뒤처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서도 실력차를 가늠해볼 수 있다.
다만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삼성전자의 HBM 납품 승인을 언급하면서 향후 경쟁구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25일 엔비디아 HBM 구매 전략 관련 코멘트에서 “블룸버그는 11월 23일 젠슨황 엔비디아 CEO의 홍콩과기대 행사에서 진행된 블룸버그TV 인터뷰에 포함된 삼성전자 HBM 인증 관련 짧은 언급을 기사화했다”면서 “기사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가 제안한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검토 중이며,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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