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어] 임세희 기자 = 국내 동물원에서 자연 부화한 큰고니가 스스로 야생 무리와 합류해 약 2,300km 떨어진 러시아 여름 번식지로 날아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국내 동물원 개체가 자연에서 부화 후 야생 이동에 성공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큰고니 ‘여름’이 러시아 프리모르스키(연해주) 지역까지 비행해 성공적으로 도착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환경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조류생태환경연구소와 함께 진행 중인 ‘큰고니 야생 방사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2023년 6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여름’은 그해 가을 부산 을숙도 철새공원으로 이송되어 야생 무리와 어울리며 먹이 습득, 비행, 사회 행동을 자연스럽게 학습했다. 연구진은 GPS 송신기를 통해 여름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생태적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여름’은 2024년 4월 30일 을숙도를 출발해 하루 만에 함경북도에 도달했으며, 이후 약 한 달간 휴식을 취한 뒤 5월 28일 러시아 연해주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정은 큰고니가 자연 번식 후 야생 개체로서의 본능을 따랐음을 보여준다.
에버랜드 동물원 정동희 원장은 “여름이가 올겨울 짝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자연 생태 복원과 인간-동물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름’의 부모인 ‘날개’와 ‘낙동’은 각각 1995년생으로, 1996년 경기도 팔당리 부근에서 구조된 뒤 에버랜드에 정착했다. 특히 ‘날개’는 총상으로 인해 비행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두 마리는 수차례 번식에 실패하다 지난해 늦둥이 ‘여름’을 처음 성공적으로 부화시켰다.
큰고니의 평균 수명이 25년인 점을 감안하면, ‘여름’의 탄생은 고령 부모가 보여준 생명의 기적으로도 평가된다. 이번 성공 사례는 큰고니 보전 활동의 새 전환점이자 생태 복원의 희망으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