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어] 이용훈 기자=지난해 8월, 서울 등 중부지방에 쏟아졌던 기록적인 폭우는 17명의 사망자와 2명의 실종자, 가축 3만3천 마리 폐사, 3천154억 원의 재산피해, 409ha의 농경지 유실·매몰 등 막대한 피해를 낳았다.
서울에만 1시간 동안 141mm의 비가 쏟아지는 115년 만의 폭우로 순식간에 불어난 빗물이 저지대에 쏠리면서 강남역이 물에 잠기고 많은 운전자들이 차를 버리고 대피하는 등 믿기 힘든 장면들이 속출했다.

서울시는 사태 발생 3개월 뒤 반지하 주택 매입과 노후 고시원 리모델링, 저지대 물막이 공사 등 주거안전망 대책을 내놓고 더이상 폭우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났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는 이른 장마와 함께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및 지하 주택은 시민 안전을 해치는 후진적 주거형태"라며 이를 점차 없애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반지하 주민 이주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세입자가 떠나 공실이 된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이 매입해 주민 커뮤니티 시설 또는 공동 창고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6월5일 기준 서울시 침수우려 반지하 2만7천 가구 중 매입이 완료된 곳은 전체 0.3%인 98가구에 불과했다. 재해약자 거주 주택의 경우 실적은 더욱 초라하다. 중증장애인 등이 거주하는 반지하 370가구 중 매입된 물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지상층으로 이주한 반지하 가구가 2천250가구로 전체 1% 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저조한 실적의 원인으로 이주 시 지원하는 인센티브가 턱없이 적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반지하에서 지상층으로 이주할 경우 월 20만 원의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지만, 서울 소형 반지하 빌라의 전셋값이 지상층 전셋값과 1억 원 이상 차이나 정책 지원만으로 지상층으로 이주하는 것은 엄두도 내기 힘든 상황이다.

또다른 대책이었던 침수 취약지역 물막이판(차수판) 설치는 현재 36%에 그치고 있다. 이는 차수판을 설치할 경우 '침수되는 집'이라는 인식에 집값이 떨어질까봐 집 주인이 설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다.
장마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서울시가 발표하고 추진 중인 주거안전 및 침수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애초에 2만7천가구를 대책없이 이주하려는 계획 자체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이후 국회에는 침수 방지시설 의무화·설치비용 지원법 등 33개 관련법이 발의 됐지만 1년 넘게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1년 내내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한 결과다.
결국 다가오는 장마 소식에 다시 불안해 하는 건 침수 취약지역 주민들의 몫이다. 지금이라도 필요한 대책을 서둘러 추진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