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어] 이용훈 기자=국회의 입법 지연으로 폴란드를 상대로 한 30조 원의 무기 수출 계약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와 추가 무기 계약을 앞두고 정책금융 한도가 부족해 한도 증액을 골자로 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지난 9일 종료된 임시국회에서 심사되지 못했다. 15일 시작되는 새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21대 국회의원 임기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2022년 7월 국내 방산업계와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한화디펜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현대로템의 K2 전차 물량은 계약을 1차와 2차에 걸쳐 진행하기로 하고, 한국 국책은행이 수입국에 무기를 살 돈을 빌려주고 폴란드는 이를 차차 갚아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각각 6조 원씩 총 12조 원을 폴란드에 빌려주는 내용이 포함된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을 체결했다. 보통 무기 수출 계약이나 원전 같이 정부 간 계약의 경우, 수출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수출국의 국책은행이 수입국에 금융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 통용된다.
문제는 폴란드가 최대 30조 원어치를 더 사들이는 2차 계약을 한국과 맺으려 할 때 발생했다. 현행 수은법에 따르면, 수은의 자본금은 15조 원으로 돼 있고 동일 차주에게 자기자본의 40%까지만 대출해줄 수 있다. 현재 수은의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 원을 포함해 18조4천억 원 정도이고, 이미 6조 원을 1차 계약에 써서 추가 대출이 가능한 금액은 1조3천600억 원 남짓이다.
국회에는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현재 15조 원에서 30조~35조 원으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으로 여야 모두 수은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실은 “해당 수출 계약 건은 파이낸셜 패키지를 포함한 계약으로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방산 수출 외에도 우리 기업들의 해외수출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역량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입법은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기획재정위원회 검토보고서에도 "방위산업의 경우 대규모·장기 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며 향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사업,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등 초대형 인프라 사업 발주에 한국 기업의 수주 성사를 위해 수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