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부 장관, 차선공사 부실시공 관련 "불법하도급과 이권 카르텔 확실히 잡겠다"
따로국밥 수주·시공업체 부실시공 원인...입찰부터 검사까지 촘촘한 관리 필요

[더페어 프리즘] 고속도로 차선공사 부실 원인 ‘불법하도급’...해결 방안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더페어] 이용훈 기자=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고속도로 차선공사 문제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섰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8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비오는 밤에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불법하도급과 부실시공 때문"이라며 “공공 전반에 만연된 불법 하도급과 이권 카르텔, 국토부가 앞장 서 확실히 바로잡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례적이다. 원 장관이 어느 한 사안에 대해 이토록 높은 수위의 발언은 한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심지어 차선공사 부실시공 문제는 지난 2019년에도 국회를 통해 지적된 바 있다. 도색한 지 1년 지난 왕복 6차선 이상 고속도로 차선의 상당수 구간이 휘도(표면의 밝기 정도) 기준치에 미달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실시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차선공사 부실시공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8일 <더페어>가 업계를 취재한 결과,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불법하도급’이 지목됐다. 

특히, 고속도로 차선공사와 관련해서  다른 업계의 불법하도급 수준을 넘어섰다. 

차선공사 업계 관계자 A 씨는 “불법하도급과 이권 카르텔은 사실 오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그 관행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따로국밥’이다. 현재 고속도로 노면표시 공사는 수주업체와 시공업체가 다르기 때문. 

수주업체가 차선공사를 낙찰 받아 시공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구조다. 그런데, 이때 수주업체는 총 공사비의 40% 수준에 달하는 낙찰 수수료로 챙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낙찰 받았다는 이유 하나로 수주업체가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셈이다.

결국 높은 낙찰 수수료는 부실시공으로 이어진다. 최근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도 사고 원인이 불법재하도급으로 꼽힌다. 차선공사에서도 이 같은 관행이 공사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

A 씨는 “새롭게 시공한 차선이나 노면문자라 하더라도 비 오는 밤이면 잘 보이지 않고, 빨리 마모된다. 공사금액이 한참 부족하다 보니 표준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고속도로 차선공사.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서는 공사현장 작업자 안전, 공사로 인한 교통체증 해소, 내구성 좋은 차선 등 국민 안전과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입찰조건 명시가 필요하다.
고속도로 차선공사.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서는 공사현장 작업자 안전, 공사로 인한 교통체증 해소, 내구성 좋은 차선 등 국민 안전과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입찰조건 명시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주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시공업체는 수수료를 뗀 나머지 60% 금액 안에서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때 인건비와 재료비 등 제반 경비를 아껴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저가 재료와 표준 이하 시공으로 이득을 챙기는 상황.

현재 차선공사 하청업체에 재직 중인 B 씨는 “충북지역 고속도로 차선도색공사에서 낙찰 받은 수주업체가 42%의 수수료를 챙기고, 낙찰금액의 58%만 하청업체에 준 경우를 봤다”고 알렸다.

이어 “58% 금액으로 고품질의 시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관행을 어떻게 끊어내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다수 시공업체는 ▲투명한 입찰제도 ▲꼼꼼한 설계 반영 ▲공사 후 검사 등 3단계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투명한 입찰제도와 관련해서는, 실체 없는 수주업체가 입찰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입찰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또 공사현장 작업자 안전, 공사로 인한 교통체증 해소, 내구성 좋은 차선 등 국민 안전과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입찰조건 명시가 필요하다. 입찰조건을 까다롭게 하면 관련 업체들이 기술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풍토를 만들기 때문.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 차선공사 시공 후 품질 검사다. 부실시공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차선과 노면에 대한 밝기(재귀반사성능) 측정, 도막 두께 등 설계대로 시공했는지 검사만 제대로 이뤄져도 부실시공 방지가 가능하다는 것.

차선공사 업계 관계자 C 씨는 “현실적으로 차선노면문자 공사 후 재귀반사성능 측정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설계에 반영된 페인트나 유리알이 아닌 저가 제품을 사용하거나, 재료를 아껴 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시공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불거진 불법하도급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도로의 차선과 노면표시는 운전자의 생명과 안전운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교통시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속도로 차선공사. 업계 관계자들은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시공 후 품질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속도로 차선공사. 업계 관계자들은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시공 후 품질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 6일 고속도로 차선 부실시공을 하고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시공업체 30여 곳과 업체대표 및 관계자 등 69명을 적발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부실시공을 알면서도 특정 업체에 입찰 정보를 제공한 도로공사 직원도 방조 혐의로 송치했다.

부실시공 의혹을 받는 고속도로 차선은 전국 20여개 구간이며, 금액으로는 240억원 규모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더페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