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어] 임세희 기자 = 10년간 토트넘 홋스퍼의 상징이자 아시아 축구의 전설로 군림했던 손흥민(33)이 미국프로축구(MLS) 로스앤젤레스 FC(LAFC)로 이적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번 이적은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약 2,600만 달러(약 351억 원)로 알려지며, 리그의 이정표가 되는 역사적인 계약이다.
지난 5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에는 손흥민의 출국을 배웅하려는 약 250여 명의 팬들로 붐볐다. 검은 가죽 재킷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36분 동안 무려 200명에게 사인을 해주며 진심 어린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탑승 직전까지 손을 흔들며 팬들과 작별한 손흥민의 얼굴엔 깊은 여운이 담겨 있었다.
◇ LAFC 이적 공식 발표 임박…사우디 제안 거절하고 북미 선택
ESPN 등 해외 유력 매체는 손흥민이 LAFC와 계약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현지 시간으로 8월 6일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LAFC는 영입을 위해 협상단을 한국까지 파견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손흥민은 지난해 사우디 아라비아 알 이티하드로부터 6,000만 유로(약 880억 원)의 이적 제안을 받은 바 있으나, 이를 거절하고 LAFC를 택했다. 이는 단순한 이적이 아니라,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겨냥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월드컵에 대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 토트넘에서 10년, 그리고 ‘완벽한 작별’
손흥민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 후 그는 팬들과 선수들로부터 기립박수와 명예의 헌액식까지 받으며 감동적인 작별을 마무리했다.
그는 토트넘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완벽한 순간이었다. 이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한 팬들, 동료들,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감독님은 항상 제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제 편이 되어주셨다"며 감사의 인사를 덧붙였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그는 프리미어리그 통산 333경기에서 127골, 공식전 총 454경기에서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2021-22시즌에는 무함마드 살라흐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고, 2024-25시즌에는 주장으로서 토트넘에 41년 만의 유럽 대항전 트로피(유로파리그 우승)를 안기며 ‘레전드’로 떠났다.
◇ ‘상징의 계보’ 마무리…지워지지 않는 이름, 손흥민
토트넘은 이제 가레스 베일, 해리 케인, 손흥민으로 이어진 ‘프랜차이즈 스타’의 계보가 마감되며 구단 정체성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토트넘이 10년 만에 상징 없는 시즌을 맞게 됐다”고 보도했고, BBC는 그를 “조용히 위대함을 이룬 진정한 영웅”으로 평가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한국 내 토트넘 팬덤의 중심이자, 경기 당일 손흥민 유니폼이 하루 700벌 이상 판매되는 등 구단의 글로벌 마케팅에 핵심 역할을 했다. 스태프 및 선수단 내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단순한 공격수를 넘어선 존재였다.
◇ 새로운 시작, 새로운 무대…손흥민의 도전은 계속된다
손흥민은 이제 MLS 서부 컨퍼런스 6위에 위치한 LAFC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LAFC는 현재 다른 상위 팀들보다 2경기를 더 치른 상태지만, 손흥민의 합류로 향후 순위 경쟁에 있어 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비록 유럽을 떠났지만 손흥민의 커리어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북미 무대에서의 활약은 2026년 월드컵으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토트넘에서의 10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그는, 이제 또 한 번 축구 인생의 황금기를 써내려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