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어] 박지현 기자=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보안시설' 한국가스공사의 보안이 자동문 수준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한국의희망 양향자 의원(광주광역시 서구 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가스공사가 2014년 이후 지난 10년간 노조 요구를 이유로 출입보호지역의 기록을 매일 삭제했다고 24일 밝혔다.
가스공사는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 제34조에 따라 본사와 기지본부 및 지역본부의 모든 시설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 가스공사 본사, 기지본부 및 지역본부는 각각 국가보안시설 가급, 나급, 다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가보안시설 및 국가보호장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국가보안시설의 기관장은 보호지역 출입 현황을 기록하고 1년간 보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2014년부터 10년 동안 본사를 비롯해 기지·지역 본부 모두 출입 기록을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차례 국정원으로부터 출입 기록 보관을 요구받은 바 있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
2014년 가스공사 보안 업무 담당자는 2014년 당시 노조로부터 직원의 본사 출입기록 관리가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어, 본사 출입기록을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시스템 출입관리 시스템을 변경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현재까지도 가스공사는 노조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보호구역 출입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있다.

가스공사는 2014년 이후 10년간 각종 감사에서 총 29건의 보안 사고가 적발됐다. 대표 사례로는 ▲해킹으로 기관 내부 자료 유출 ▲유효기간 만료 가스총·가스분사기 탄약 미교체 ▲제한구역 출입증 무단 발급 ▲외부인 출입절차 위반 ▲업무자료 외부 유출 등이 있었다. 심지어는 ▲미허가 인력이 중앙조정실 출입하는 걸 방치하기도 했다.

양향자 의원실에서 가스공사의 보안 사고 관련 징계·조치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105명 가운데, 실제 징계를 받은 직원은 16명(15%)에 불과하고 대부분 경고나 주의에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이 보안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향자 의원은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에너지 공급망의 가장 핵심적인 국가 안보 시설이다. 그런데 이 시설이 '자동문'처럼 뚫리고 있다"면서 "심지어는 기지의 심장부인 중앙조정실까지 무단 침입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형편없는 보안 의식에 참담할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국가 안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가스공사는 무엇이 두려워서 매일 보안시설 직원 출입 기록을 삭제시키는가"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가스공사의 보안관리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