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어 홍미경 기자] 다소 침체기를 맞고 있는 국내 패션 시장에 새로운 날개가 될 무신사. 패션 스타트업으로 시작된 무신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K-패션을 이끌고 있다.
무신사는 2023년 회계연도 외부 감사를 마무리한 결과, 별도 기준 매출액이 약 8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시장 규모가 4.45% 성장한 것과 비교했을 때에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무신사 별도 기준 내에는 온라인 플랫폼인 무신사, 29CM를 비롯해 글로벌 비즈니스와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실적이 포함된다. 특히 올 초 조직 개편을 바탕으로 올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해외로의 진출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 도쿄에 '25SS 쇼룸' 운영...‘오프라인 유통’ 현지 특성 반영
무신사가 국내 입점 디자이너 브랜드의 일본 현지 진출을 돕기 위해 도쿄에서 쇼룸을 운영하며 ‘K-패션’의 판로 확대를 지원했다.
내년 상반기 25SS 시즌을 주제로 열린 무신사의 이번 도쿄 쇼룸은 유명 글로벌 브랜드 부티크가 자리잡은 미나토구(區) 미나미아오야마 인근에서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무신사는 지난해부터 SS(봄·여름)와 FW(가을·겨울) 시즌에 맞춰 정례적으로 일본에서 한국 패션 브랜드들의 현지 수주회를 겸한 도쿄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이 중심 축인 일본 패션 시장의 특성에 맞춰 국내 브랜드의 현지 진출을 효율적으로 돕기 위해서다.

이번에 25SS 쇼룸에 참가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글로니 △로우로우 △레스트앤레크리에이션 △스탠드오일 △시눈 △킴마틴 △토앤토 △999휴머니티까지 총 8곳이다.
현장에는 빔즈, 유나이티드애로우즈, 쉽스, 누비앙(NUBIAN), 키스(KITH) 등 대형 편집숍 바이어 200명 이상이 참석했다.
25SS 쇼룸에 참가한 브랜드들의 전체 주문 물량도 1년 전에 진행된 24SS 수주회와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도쿄 쇼룸에 처음 참가한 999휴머니티는 유일한 유니섹스 브랜드로 카고팬츠, 티셔츠 등의 주요 상품이 현지 바이어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999휴머니티 브랜드의 안민현 대표는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궁금증과 니즈가 컸었는데 일본 고객들의 관심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라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시즌을 기획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만큼 유의미한 시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마뗑킴의 하이엔드 라인으로 알려진 ‘킴마틴’은 바이어들에게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고, 30대 이상의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편집숍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24SS부터 3회 연속으로 무신사 글로벌과 함께 도쿄 쇼룸에 참가한 여성 가방 브랜드 스탠드오일은 이번 25SS 시즌의 주문 물량이 24SS 시즌과 비교해 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프라인이 중심인 일본 시장 특성상 단발적 참여가 아니라 오랫동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브랜딩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기 때문에 무신사와 손잡고 마케팅, 팝업스토어 등의 현지 맞춤형 사업을 꾸준히 전개한 결과다.
무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열린 24SS 및 24FW 쇼룸에서 수주 목표액의 120% 이상을 초과 달성하며 한국 패션에 대한 높은 관심을 체감했다”라며, “무신사는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브랜드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팝업스토어 오픈이나 컬래버레이션 연계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무신사, 일본 브랜드 8곳과 쇼룸 운영
이보다 앞서 무신사는 가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위해 오픈한 쇼룸 행사에 현지 패션 업계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무신사는 2023년 7월 일본 도쿄에서 패션·유통 바이어를 대상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쇼룸을 운영했다.
파리, 밀라노 등 패션위크가 열리는 도시가 아닌 도쿄에서 쇼룸을 운영한 배경에는 일본 패션 시장에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높은 성장 가능성을 내다 봤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K-패션에 대한 현지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무신사가 지난 4월 도쿄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팝업 스토어는 오픈 3일 만에 1만 4천여 명이 방문하는 흥행을 거둔 바 있다.

이외에 무신사는 2023년북미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에는 일본 법인을 설립했으며 같은해 9월 무신사 일본판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며 판매에 나섰다.
이를 통해 작년 말 기준 약 300개의 한국 브랜드 의류와 잡화를 선보였다. 올해는 현지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올해 무신사가 계획한 해외 매출 가운데 일본 매출만 48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무신사는 2022년 하반기부터 글로벌까지 물류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천 글로벌 프로세싱 센터를 통해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300여 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국제 운송과 통관 대행 등 해외 물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 무신사, 책임 경영 강화
승승장구 중이던 무신사는 전문화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이라는 카드로 또 다시 한 계단 올라섰다. 경영진 개편을 통해 사업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빠른 의사 결정과 실행력을 기반으로 성장 속도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3년간 무신사의 본격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한문일 대표는 무신사의 미래를 만들 글로벌 & 브랜드 사업 대표로서 새로운 이익 창출에 나선다.
국내외 대규모 투자 유치와 신사업 발굴을 통해 무신사의 고도 성장을 주도해온 성과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개척 및 브랜드 진출 지원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무신사 스탠다드를 비롯해 신진 브랜드 발굴 및 IP 브랜드 사업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나선다.
무신사와 29CM를 관장하는 플랫폼 사업 대표로는 박준모 29CM 사업 대표가 선임됐다. 박 대표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를 거쳐 29CM에 합류한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만들어 왔다.
글로벌 커머스 경험, 프로덕트 및 테크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도화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 브랜드 사업과 플랫폼 사업의 유기적 성장을 이끌기 위해 조만호 이사회 의장이 총괄 대표로 복귀했다.
202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신진 브랜드 육성과 컨설팅에 집중해온 조만호 의장은 무신사의 지속 성장을 위한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총괄 대표로 나선다. 앞으로 두 사업 분야가 통합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회사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문성과 실행 속도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 영역을 구분하여 운영하는 과감한 구조 변화를 시도한 것”이라며,“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