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어] 오주진 기자 =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새만금 신항만을 활용한 크루즈 숙박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발생하는 숙박난을 해소하면서 지역 해양관광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IOC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숙박 인프라 확보가 필수라는 점을 고려해 크루즈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크루즈 1척은 1,000~3,000명을 수용할 수 있어 짧은 기간에 증가하는 숙박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규모 숙박시설을 새로 짓는 방식보다 크루즈를 활용하는 편이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이고 환경 영향도 최소화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경기장 인근에 독립적인 숙박 인프라를 건설할 필요가 없어 토지 훼손을 줄일 수 있고, 대회 종료 후 유지·철거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대회 운영 방식으로 평가된다. ‘대회 이후 방치되는 시설’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지적되고 있다.
새만금은 자연 경관, 관광 자원, 교통 접근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크루즈 수용 여건이 매우 우수하다. 고군산군도, 채석강, 고창 갯벌 등 인접 관광지가 풍부하고, 익산 미륵사지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등 문화유산도 가까워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 설계가 가능하다.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개통 이후 경기장과 접근성도 크게 향상됐다.

전 세계 각국 국제행사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며 크루즈 숙박의 실효성과 안정성은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항구에 크루즈 4척이 정박해 약 1만 명 숙박을 제공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3척 크루즈호텔이 도하항에서 운영돼 1만여 객실을 공급했다. 최근 경주 APEC에서도 ‘선상호텔’이 운영됐으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시 크루즈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새만금 신항만 크루즈 활성화 연구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96달러로, 승객 2,000명 기준 10회 기항 시 약 27억 원 직접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간접효과까지 포함하면 100억 원에 달한다.
해운업계와 협력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새만금개발청은 글로벌 해운서비스기업 월렘 그룹(Wallem Group)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크루즈 기항 유치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중국·홍콩·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기항지가 인접해 크루즈 노선 개발 가능성도 높다.
새만금 신항만은 초대형 선박을 수용할 인프라와 지리적 이점을 갖춰 향후 크루즈 거점항으로 도약할 잠재력이 크다. 2026년 2개 선석 개장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4개 선석을 추가 조성할 예정이며, 이미 부두 운영사가 선정돼 입항 지원 체계가 안정화됐다. 선석 길이 430m, 수심 14m 규모로 조성되는 신항만은 22만 톤급 크루즈 접안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크루즈 활용은 올림픽 기간 숙박 문제 해결을 넘어 서해안 크루즈 허브 구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새만금 해양도시 브랜드 강화, 친환경·스마트 대회 실현, 해양관광 산업 활성화 등 다양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