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어] 박희만 기자=로봇이 인간을 위해 청소하고 음식을 서빙하며 길을 안내하는 세상이 찾아왔다. 심지어 발레 파킹과 편의점 주문 물품을 배달까지 해 준다. 로봇과 함께 하는 삶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의 한 장면이 아니다.
로봇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지는 영역은 산업현장이다. 로봇과 함께 하는 일상이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과 달리,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로봇은 이미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벌어진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노동력 부족 사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같은 산업 재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편 등이 로봇 수요를 구조적으로 늘리고 있다.
AI의 발달로 로봇의 작업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로봇 수요는 더욱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0년 250억 달러였던 세계 로봇산업 규모가 2030년에는 1천600억 달러로 6배 넘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현장 가운데 로봇 수요가 가장 큰 곳은 물류 분야다. 단순 반복 작업이 많고 수작업 의존도가 높아 자동화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자가 지시서를 들고 상품이 담긴 선반들 사이를 오가며 제품을 찾아다녀야 했고, 포장된 상품을 배송지별로 분류할 때도 사람이 하나하나 운송장을 확인해야 했다. 로봇은 '스마트 물류’를 구현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스마트 물류란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 등 자동화설비를 결합시켜 제품 및 자재의 포장과 하여, 보관, 배송에 이르기까지 물류업무 전반을 자동화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집약·경험집약 구조서 디지털 집약 구조로 전환 시도
CJ대한통운이 국내 물류업체 가운데 스마트 물류 구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21년 CJ대한통운 강신호 대표이사는 창립 91주년 기념사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역사와 함께해 온 우리 CJ대한통운은 이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사회기반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제는 첨단 물류기술을 기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혁신기술산업'으로 변화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강 대표이사는 "물류산업은 노동집약, 경험집약 구조에서 디지털 집약 구조로 급변하고 있다"며 "미래성장을 위한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며, 트렌드를 일고 변화를 선도하는 최고인재를 통해 혁신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호 대표의 혁신기술기업에 선언에 따라 CJ대한통운은 2조5천억 원을 투입해 신성장엔진인 로봇, AI, 데이터 중심의 첨단기술 확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로봇 기술 적극적 활용한 최첨단 기술로 물류센터를 탈바꿈
혁신의 시도는 속속들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최첨단 기술로 물류센터로 탈바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2년부터 물류센터에 소규모 이형택배 상자를 자동으로 운반하는 자율주행 운송로봇 AMR과 AMR 전용 롤테이너 (적재함)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AMR은 카메라, 적외선 센서 등으로 수집한 각종 정보를 기반으로 주변환경을 탐지하고 설정된 목적지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운송로봇이다.
물류센터는 규모가 큰 만큼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오가야 하는 작업들이 발생하는데, AMR은 이러한 단순반복 업무를 대신하고 이형택배가 쌓여있는 롤테이너를 지정된 장소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작업자들이 총 20km가 넘는 거리만큼 롤테이너를 밀고 가야했지만, 이제는 로봇이 대신해서 운반한다.
팔레트에 적재돼 있는 박스들의 면적, 높이 위치를 인식해 자동으로 들어 올려 컨베이어벨트로 옮기는 AI로봇 ‘디팔레타이저’를 업계 최초 상용화했다.

다른 규격의 박스들의 함께 쌓여 있거나 나란히 정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작업이 가능하고 로봇이 사람의 손으로 들어 올리듯 작업하기 떄문에 '비정형 패턴 박스 피킹 로봇팔'이라고도 불린다.
디팔레타이저는 설비 상단에 설치된 비전 카메라로 박스 면적, 높이 모서리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데이터로 인식한 다음 로봇팔 끝에 달린 특수패드와 진공흡착기로 들어올린다. 현대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에 투입돼 무인운반로봇(AGV)이 가져온 상자를 시간당 평균 700개 씩 처리 중이다.
■AI기반의 첨단 자동화 분류 시스템 도입
로봇 도입 뿐만 아니라 자동화 분류 시스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은 안성 MP 허브터미널에 대한 정부 공인 인증을 획득하며 첨단 물류 역량을 인정받았다.

축구장 2개 크기인 1만 2천 규모의 1만 2천㎡ (약 3천 600평) 규모의 안성 MP허브터미널은 소형 상품 전담분류 시스템 MP(Multi Point)를 도입한 허브터미널이다. 하루 200만 개의 소형 상품을 처리할 수 있도록 AI기반의 첨단 자동화 분류 시스템을 갖춘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로드 밸런싱(Load balancing)'기술이다. 컨베이어 벨트마다 부착된 센서가 구간별 택배 물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부하를 자동으로 분산시켜 준다.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페일오버(failover)'기술도 적용했다. 기존에는 컨베이어 벨트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동으로 복구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러나 안성 MP허브터미널에서는 에러 발생 구간을 신속하게 복구 할 수 있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가동 불가 시간이 줄어들어 비용도 절감 할 수 있다.
120여 대의 간선차량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규모의 화물 선적장에 DMS(Dock Management System)를 적용해 차량이 터미널에 대기하는 시간도 최소화했다. DMS는 상하차 작업 진척률과 터미널 내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접안할 도크를 자동으로 지정해준다. 박스 단위 상품을 자동분류하는 크로스벨트 소터(Crossbelt Solter)에는 친환경 자가발전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절감도 실현했다.
이렇듯 강도 높게 추진해온 생산성 혁신 드라이브는 사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속적인 효율성 개선을 통해 매출은 전년 대비 5.7%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5.9% 증가했다. 지난 4분기에서 이러한 흐름은 이어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3% 줄었지만 지속적인 생산성 혁신 결과로 영업이익은 16.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이 올해 1분기까지 이어져 외형성장, 수익성 증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CJ대한통운은 2024년 1분기 매출이 2조 9천214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물류 운영 효율 향상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10.4% 늘어난 1천 94억 원이 증가했다.
지속적인 혁신과 도전으로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리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로봇 및 자동화 기술로 물류산업의 지형을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있다.